요즘 부쩍 뉴스레터를 쓰기 싫어졌습니다.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하다보니 제 글의 톤 때문 같습니다. 조직의 공통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다보니 안 좋은 구석을 들쳐내어 소리없는 샤우팅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제 일 중 내적 분노나 열혈 지적은 매우 비중이 적거든요. 대부분은 일상적인 체크와 리뷰, 결정입니다. 간간히 잘한 일 칭찬과 잘해보자 격려, 이것 해보자 제안이 곁들여지죠. 그리고 간혹 '이건 이렇게 하는게 좋겠어요' 지적이 있고요. 저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남 지적하는 글 자꾸 쓰는것도 부담스럽고, 글쓰며 기억을 되살리는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으니 글쓰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은 며칠전까지도 이번주 뉴스레터는 한주 쉴까 생각도 했습니다. 근데 그랬다가는 다시 재개할 마음조차 안들 예감이 들기도 했어요.
우리 조직 문제 진단하는 법 (1)
부제: 가추법 또는 아주 간단한 컨설팅 방법론
그래서 좀 긍정적인 이야기를 써보자 생각하다가 마침 며칠전 오프에서 만난 대표님이 물었던 부분에 대해 답을 해보자 생각을 했습니다.
"토니, 저희 회사 문제가 이것저것 얽혀서 어디서부터 해결할지, 뭘 들여다볼지도 모르겠어요. 마침 전에 맡고 계신 회사중 사내 진단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셨나요? 저희에게도 참고가 될까요?"
"안타깝게도 한방에 해결하는 좋은 솔루션은 없는것 같아요."
그럼에도 무작정 맨땅에 헤딩보다는 살짝 나은 방법이 있긴 합니다. 흔히 말하는 컨설팅 방법론이죠. 어찌보면 컨설팅 방법론이라는 말이 무섭거나 고루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가추적 진단이라는게 실제적인데 가추법 자체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오독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간결히 줄여볼게요.
핵심은 우리 문제의 가설을 세우는 겁니다. 이때 가설은 그냥 떠오르는 공상이 아닙니다. 현재 문제들의 근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우선 찾습니다. 즉 다양한 문제들 중 선행하거나 원인이 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중에서도 더 깊은 곳에서 영향을 주는 원인을 생각해봅니다. 여기서 꼭 단번에 답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나중에 검증할 거란 점을 염두하고 최대한 근접인을 찾는 정도도 좋습니다.
(위 그림은 개념을 설명하는 목적이고 실제로 저렇게 그림으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찾아진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까 방법을 궁리합니다. 문제와 해결책을 한 문장으로 적으면 프로젝트 가설이 됩니다. 꼭 한문장일 필요는 없고 두세개도 좋습니다.
제가 최근에 했던 케이스를 바탕으로 설명해볼게요.
상황
딥테크 기반의 B2B회사인 A사는 매출은 초기상태지만 각광받는 기술로 인해 투자도 받고 조직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반면 급부상하는 기술이라 다양한 산업의 다양한 고객이 요청한 니즈를 제품화하다보니 제품이 많다. 동시에 다루는 제품이 많으니 모든 제품이 바로 상품화 가능하진 않다. (즉 추가의 마무리 개발이나 완성용 고도화가 필요) 또한 기술기반 회사라 개발이나 연구를 좋아하고 고객 만나는 걸 귀찮아 한다. 최근 1년간 점점 고객의 종류가 많아지다보니 모두 바쁘며 모두 지쳐 이대로면 매출 전환과 증가가 난망해보인다.
여기까지 보면 다양한 해법을 생각하게 될겁니다.
다 맞는것 같지만 실제로 작동할지 우려되는 방안도 있고, 인력채용은 말이 쉽지 시간이 오래걸리며, 전체 예산도 이미 빠듯한 상황이라고 해보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단일 해결책의 실행이 어려운게 아니라, 다양한 해결책이 있고 그중 뭐가 유효할지 모르고, 서로간에 복잡계적 상호작용이 있어 더더욱 예상이 어렵습니다.
자 이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다음회차에 제가 접근한 방식을 개략적으로 설명해 볼 생각인데, 여기까지 인트로만 쓰고도 양이 많아 걱정이네요. 자세히 쓰자니 글이 한없이 길어지고, 생략하자니 부정확하게 이해될 것 같고요. 오늘 글 관련해서 설명이 부족한 점 있으면 여기에 알려주세요.
경영 관련, 스타트업과의 대화 중 드는 짧은 생각들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