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싸이코 같은 소리냐고요. 연유가 있습니다.
십수년 전 제가 초짜 임원이던 시절입니다. 멘토 같은 선배 임원이 말씀하셨습니다.
'토니, 내 말 곡해하지 말고 잘 들어. 직원들에게 항상 좋은 말만 하는게 능사는 아니야. 잘하는데 억지로 화내거나, 내 감정 때문에 화내는건 안 되지만, 때론 불편한 말을 단호하게 하기도 해야해. 잘못된 점을 깨닫게 해주는건 부하 직원을 위한 상사의 책임이기도해. 넌지시 돌려말하기 보다, 직접적인 피드백이 때론 도움이 되니까.'
제겐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말을 부드럽게 하는 편이고 그게 전 저의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직원의 성장을 더디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지요. 직원들을 믿는 마음과 까칠한 말을 꺼내기 불편한 마음은 종종 혼동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뒤로 제 스스로 지키는 원칙이 있습니다.
- 화는 계획하고 낸다.
- 계획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치밀어 오를때는 차라리 말을 말고 마무리한다.
물론 제가 화를 낸다고 해서 버럭 소리지르거나 고래고래 고함 치지는 않습니다. 아마 회의 시간에 큰 소리 낸게 평생 두어번도 안될 것 같아요. (제 기억은 한번임) 하지만 톤은 나즈막할지라도, 단어 선정과 내용 전달면에서는 세심하려 합니다. 일과 사실에 집중하고 사람에 대한 불신이나 모욕이 되지 않으려 아주 많은 노력을 합니다. 제게 혼난 직원들은 그렇게 말하지요.
'솜방망이로 맞은 줄 알았는데 그 속에 쇠막대기가 들은거 같아요. 뼈 때리는 타격감이에요.'
제가 마음먹고 '진솔하게 말하는' 날은 조근조근 물어봅니다. 스스로 인정될 때까지 계속 묻습니다. 발화의 타이밍은 계획합니다. 조직의 긴장감을 더하거나, 개인적인 각성을 요구한다든지요. 대신 저도 준비를 많이하죠. 데이터와 주변 맥락을 공부합니다. 감정을 배설하거나 누군가를 상처주는게 목적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이게 한국에서 가능한 radical candor 경계선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낼 계획이 많은 주는 좀 바쁩니다.
공부할게 많고 감정도 좀 비축해야하기 때문이죠. |